우연이란 어떤 행동이나 상황이 예상했던 결과와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우연의 일들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될 듯 싶다. 우리의 삶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연속이었다고 말이다.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내 존재 방식이 내 의지를 벗어난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신앙이란 우리의 모든 일상에서 발생하는 우연과도 같은 사건 속에서도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이 나를 주장하신다고 믿는 것이다.

에스더 이야기는 바로 하나님에 대한 한번의 언급도 없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그것도 우연한 사건을 가장한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성경 책이다. 에스더서의 주요 무대는 페르시야 대제국의 왕궁에서 벌어지는 잔치를 배경으로 한다. 예를들면, 포로민에 불과한 유다인 소녀 에스더가 바사 왕국의 왕후가 된 사건, 왕후 와스디가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에스더 읽기에 우연과도 사건들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한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하나님의 말씀이나 계시 같은 내용도 없고 오직 이방인 독재자, 왕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에스더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들”은 하나님이 유대 민족에게 허락하신 특별한 은총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사건들은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우연의 사건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살아갈 때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 우리 손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 많은 사건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 언급이 없는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부림’이라는 것, 제비뽑기처럼 지극히 우연히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러나 그 우연속에는 하나님의 퉁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반전 드라마는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일으키시는 것이 아니었다. 에스더서에 ‘하나님’이나 ‘기도’라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성경의 다른 어떤 책보다 강력한 기도의 이야기가 바로 에스더서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는 그 백성의 순종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만약에 에스더가 순종하지 않았다면 그 부림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살육당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 되었을 수도 있다. 2500년 전 사건인 에스더서를 다시 읽어보자. 당신이 택한 백성들이 어디에 있든지 함께 하시고, 이들을 보호하시고, 이들을 통해서 당신의 역사를 이루어나가시는 분이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님이 바로 나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