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심리학 용어 중에 재구성, 재구조화란 용어가 있다. 분명 우리 인생의 연수가 얼마가 되었든 저마다 부끄러운 이야기, 감추고 싶은 이야기,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프고 슬픈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많은 사건과 이야기 가운데 소망의 씨앗이 되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그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중심 주제로 다시 쓴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성경에 이러한 관점에서 한 나라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 멋진 책이 ‘역대기’라 할 수 있다. 역대기는 100여년 전에 기록되었던 열왕기서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다. 당시 백성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역대기가 기록되었던 시기는 포로에서 돌아온 재건시대였다. 바벨론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고국에 돌아가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럴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바벨론에 이어 페르시아 제국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 예언자들이 전했던 메시야가 올 것이라고 예언은 희망고문처럼 여겨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한 백성들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것,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하신 다윗의 왕조가 영원히 견고하리라는 말씀이 이루어질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대기 기자는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족보를 역대기 기자의 관점으로 다시 재구성하였다. 이어서 다윗과 솔로몬의 이야기의 중에 성전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로 대부분 서술하였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이야기들 중에 부정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거의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기 기자가 다윗과 솔로몬의 약점들을 몰랐을까? 알았지만, 당시 재건 시대에 하나님이 다윗에게 약속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실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역대기의 핵심적인 구절 대하 7장 14절은 솔로몬이 성전을 봉헌한 데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하신 말씀이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찌라” 역대기 기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개인의 실패와 범죄했던 어두운 이야기가 있지만, 언제나 회개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열왕기서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알게 하는 진리의 성격의 책이라 한다면 역대기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은혜의 성격을 전해준 책이다. 역대하 7장 14절의 말씀은 아주 명쾌하게 오늘 우리에게 다시 들려져야 할 말씀이다. 역대기의 말씀을 거울 삼아 오늘 우리의 이야기도 약속에 근거한 소망의 이야기로 다시 써보자.
댓글0개